본문 바로가기
미분류

기억은 왜 지워지는 것일까?

by 링크공유 2023. 10. 21.

https://www.youtube.com/watch?v=2yVmN3vucXg

[앵커] 과학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궁금한S' 시간입니다. 서너 살 이전의 일들을 제대로 기억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죠. 이런 현상을 '유년기 기억상실'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유아기 때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노인에게 나타나는 기억상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기억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 지금 바로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효종 / 과학 유튜버] 태어나서 가장 처음 느꼈던 기억이 어떤 것인지 아시나요? 혹은 자신의 돌잔치가 기억나시는 분들이 있으신가요? 제 질문에 선뜻 답하시는 분들은 없을 텐데요. 기억에 관한 많은 연구 결과 세 살 이전에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2~3살 때 배운 낱말이나 감정, 동작 등은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고 있죠. 이는 특정한 종류의 기억만 대상으로 기억상실이 일어나기 때문인데요. 기억은 보통 외현기억과 내재기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처럼 기억의 종류를 나눈 것은 기억이 저장되는 뇌의 부위가 다르다고 확인됐기 때문인데요. 신경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인 '헨리 구스타브 몰레이슨'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는 아홉 살에 자전거에 치여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후유증으로 간질을 앓았는데요. 간질은 악화해 매주 블랙 아웃, 그러니까 만취돼 필름이 끊기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반복되었고, 발작도 일어나곤 했습니다. 더 이상 약물로 조절되지 않자, 27살에 신경외과 의사 '윌리엄 스코빌'을 찾아갔죠. 스코빌은 최후의 수단으로 1953년, 헨리의 좌우 중앙 측두엽을 주먹 크기만큼 제거했습니다. 그 결과 해마와 편도, 주변 뇌 조직이 제거되었는데요. 수술 후 간질은 대부분 치유됐지만, 수술로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가 제거되면서 몰레이슨은 더 이상 새로운 기억을 저장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수술 이후 만난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경험들은 물론, 조금 전 일어난 일조차 기억하지 못했죠. 또, 자신이 매일 같은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 (외현기억)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림 실력 (내재기억)은 나날이 향상됐는데요. 이 사례를 바탕으로 외현기억은 전전두엽과 해마를 거쳐서 저장되고, 내재기억은 소뇌, 편도, 선조체에 주로 저장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유년기 기억상실은 해마가 관여하는 외현기억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할까요? 

미국 에모리 대학교의 파트리샤 바우어와 마리나 라르키나 교수팀은 5~7세 아이들은 3세 때 이야기했던 경험의 63~72%를 기억하는 반면, 8~9세 아이들은 35%만 기억해냈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요. 7세를 기준으로 3세 이전의 경험했던 일들을 기억하는 능력이 50% 이상 크게 떨어진 것이죠. 해마 (특히 치상회)의 뉴런은 출생 후 몇 년 동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만들어집니다. 새로 만들어진 뉴런은 기존 뉴런들 사이를 파고들며 뉴런 간의 연결을 끊어버릴 수 있죠. 뉴런의 재생을 조작한 쥐 실험에 따르면 새로운 뉴런이 만들어지면 기존 기억이 사라지고, 새 뉴런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기존 기억이 유지되는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새로운 뉴런이 만들어지면서 이전에 기억이 지워진다는 건데요. 잊어버린 기억은 다시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해주고, 이를 짜임새 있게 재구성해준다면 행복한 유년기 시절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노년에도 기억상실을 경험하는, 이른바 알츠하이머가 나...

[YTN 사이언스 기사원문] https://science.ytn.co.kr/program/pro...